슬로베니아 걸작 '소녀의 성장통' 리뷰: 사춘기 소녀의 욕망과 신앙 갈등, 감동적인 청춘 이야기
슬로베니아 걸작 '소녀의 성장통' 리뷰: 사춘기 소녀의 욕망과 신앙 갈등, 감동적인 청춘 이야기
슬로베니아 출신 감독 우르슈카 듀키치(Urška Djukić)의 장편 데뷔작 <소녀의 성장통>(Little Trouble Girls, 2025)은 베를린국제영화제 Perspectives 부문 개막작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16세 소녀 루치아의 내면적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청춘의 불안과 깨달음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가톨릭 합창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 스토리를 넘어, 종교적 억압과 성적 각성의 미묘한 충돌을 탐구합니다. 오늘은 이 영화의 매력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줍음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16살 루치아(자라 소피야 오스탄 분)는 가톨릭 학교의 여학생 합창단에 가입하며, 매력적이고 대담한 3학년 선배 아나마리아(미나 스바이거 분)와 깊은 우정을 쌓아갑니다. 합창단은 주말 집중 연습을 위해 시골 수도원으로 떠나는데, 이곳에서 루치아는 수도원 복원을 맡은 짙은 눈동자의 청년 복원사(사샤 타바코비치 분)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예상치 못한 감정은 아나마리아와의 우정에 균열을 일으키고, 다른 소녀들과의 관계도 흔들리게 합니다. 낯선 수도원의 공간 속에서 루치아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처음으로 마주하며, 오랜 신념과 가치관에 깊은 의문을 품습니다. 감독 듀키치는 이 과정을 통해 소녀의 내면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루치아의 혼란을 공감하게 만듭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입니다. 감독은 극단적인 클로즈업 샷을 80% 이상 활용해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드러냅니다. 루치아의 수줍은 시선, 아나마리아의 도발적인 미소, 복원사의 깊은 눈빛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관객은 마치 그들의 감정을 직접 느끼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합니다. 이는 슬로베니아의 자연 풍경과 대비되어 더 강렬한 긴장감을 줍니다. 수도원의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여름 햇살이 스며드는 장면은 청춘의 자유와 억압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카메라맨 레프 프레단 코와르스키의 촬영은 감각적이며, 소닉 유스(Sonic Youth)의 동명 곡 'Little Trouble Girl'이 엔딩 크레딧에서 흐르는 순간, 영화의 주제가 절정에 달합니다. 이 곡의 가사는 "항상 착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나쁜 나"라는 루치아의 내면을 정확히 대변합니다.
캐스팅 측면에서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자라 소피야 오스탄은 루치아의 내성적이고 호기심 많은 면모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베를린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미나 스바이거의 아나마리아는 대담함 속에 숨겨진 취약함을 드러내, 우정의 복잡성을 더합니다. 감독 듀키치는 이전 단편작 <할머니의 성생활>(Granny’s Sexual Life, 2021)에서 여성의 성적 경험을 다룬 바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의 성적 각성을 신선하고 솔직하게 그립니다. 종교적 맥락 속에서 소녀들의 욕망을 다루되, 선정성을 피하고 에로티시즘의 미묘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셀린 시아마(Céline Sciamma)의 초기 작품을 연상시키며, 여성 청춘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줍니다.
주제적으로 <소녀의 성장통>은 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깊이 파고듭니다. 합창단이라는 집단 속에서 루치아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음악의 불협화음처럼 그녀의 감정도 흔들리지만, 결국 자기 발견의 여정을 통해 성숙해갑니다. 감독은 가톨릭의 금욕적 환경에서 비롯된 죄책감과 호기심의 충돌을 통해, "소녀가 성장하며 배워야 할 것은 남을 기쁘게 하는 법이 아니라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슬로베니아의 보수적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며, 동유럽 여성 영화의 전통을 이어받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90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함 없이 흘러가며, 엔딩에서 루치아의 선택은 관객에게 여운을 남깁니다. 베를린 영화제 리뷰어들은 "기분 좋고 감각적이며, 깊은 의미로 가득 찬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9월 3일부터 IPTV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개되어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을 다룬 영화 팬이라면 반드시 추천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모두의 청춘을 되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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